2014. 2. 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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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2. 7. 01:58

1. 킬러 독감 걸리는 상황. 가벼운 감기 말고 독감이라서 펭귄이 간호하는 장면. 

 

2. 킬러랑 펭귄이랑 영화관 가서 영화봄. 하지만 달달한 로맨스는 없음. 펭귄은 킬러의 시선따위 무시하고 영화에 집중하고 킬러는 꿋꿋이 펭귄 힐끗힐끗 쳐다보고.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펭귄이 한숨쉬면서 쿨하게 입 한 번 맞춰주고 다시 가자 이러고 손잡고 집 감. 근데 이거 사실 키드로우가 더 어울려ㅋㅋㅋㅋㅋㅋ 뭐 키드는 킬러처럼 쳐다만 보는게 아니라 그냥 영화관에서 키스했을거같지만. 여튼 적극적인 펭귄이 좋음.

 

3. 킬러펭귄 자전거데이트.

 

4. 킬펭이 얘기하다가 우연히 어릴적 얘기 나와서 서로 어릴적 사진보고 귀엽다고 생각한다던지. 그래서 서로 사진교환한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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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천희
2014. 2. 7. 01:54

*루지님 리퀘 내용 : 샤본디 제도의 키드와 로우의 싸움 이후에 킬펭 둘이 처음 만나서 썸타는 망상썰.




**

  해적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전투이다.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항해를 하며 만나는 해적들끼리 서로 싸우기도 하며, 혹은 해군과 싸우기도 한다. 해적들은 이기기도 하며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기 바쁘기도 하다. 키드 해적단도 이와 마찬가지였으며, 그 날은 답지 않게 후자인 상황이었다. 칠무해-바솔로무 쿠마-가 등장했고, 키드 해적단은 원치 않게 하트 해적단과 함께 그를 물리쳐야했다. 그 후 정상결전이 영상전보벌레를 통해 전달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새겼으며,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신세계를 생각하고는 키드 해적단의 단원들은 자신의 역량을 다시금 생각하며 입을 비쭉 웃었다. 

 

  하지만 키드 해적단은 샤본디 제도에서 한바탕 사건을 일으킨 후 바로 어인섬으로 달려간 것은 아니었다. 샤본디 제도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자들을 구하러 항해를 했고, 며칠 전 일어났던 정부와 흰수염과의 전쟁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 모두가 활기차게 웃어대는 마을에 도착했다. 이미 배의 코팅은 끝난 상태라 물품만 구하고 바로 어인섬으로 떠날 계획이었으나, 행운인지 불운인지 물자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다. 키드는 하는 수 없이 섬의 한 구석에 배를 정박시키고 단원들에게 약간의 돈과 함께 자유 시간을 주었고, 덕분에 킬러 또한 오랜만의 자유 시간을 갖게 되었다. 

 

 

 

****

  급작스러운 선장의 명령에 그들은 전쟁 한 가운데에 출현하였으며, 부상자 두 명을 치료하였고, 명성이 자자한 명왕 실버즈 레일리를 만났다. 하루하루를 다급하고도 위험하게 보냈지만 막상 그 배의 선장, 트라팔가 로우는 모든 행동을 너무나 느긋하게 행동하였고, 단원들은 납득인지 체념일지 모를 반응을 하며 묵묵히 선장을 따랐다. 그렇게 여인섬을 지나 다시 출항을 했고, 기록지침이 가리키는 다음 섬으로 방향을 잡았다. 

 

  도착지는 오랜만의 겨울섬이었다. 새하얀 눈들이 소복소복 날리고 있었고, 섬 어귀에서는 아이들이 옷을 꼭 여민 채 뛰어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외부인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며, 도리어 다가와서 신기하다는 듯이 묻고 만지다가 꺄르르 웃고는 다시 저들끼리 놀러 달려갔다. 한바탕의 높고 상큼한 웃음소리가 멀어지고 난 후에야 마을이 어디 있는지를 묻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은 아이들이 뛰어간 곳으로 발걸음을 떼는 수밖에 없었다. 눈은 녹아 사라질 만큼 조금도, 파묻힐 만큼 많이 내리는 것도 아니었으며, 뽀도독-하고 밟힐 정도의 눈이 유지될 정도로만 내리고 있었다. 노스블루의 세찬 눈보라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눈이라고 생각하며 펭귄은 슬며시 미소를 짓고는 눈길에 발을 천천히 내딛었다. 

 

 흩어져 있다가도 다시 모아지는 아이들의 발자국을 따라 꾸준히 걷자 마을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영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에 다다라서 로우는 베포와 함께 약초를 사러 가겠다고 했고, 다른 선원들은 각자 필요한 물품들을 조달하기로 했다. 로그를 채우기 위해서는 나흘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틀간 각자 생활하다 오라는 선장의 명령을 받고 해산을 하였고, 펭귄은 조용히 마을을 벗어나 눈을 즐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참을 걷고 있을 와중에 멀리서 금발의 한 남자가 보였고, 머지않아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 

  저 멀리서부터 가까워지는 기척에 몸을 긴장시켰으며, 언제든지 공격이 가능하도록 조용히 무기를 바로잡았다. 허나 곧 미친 생각은 이곳은 마을이 지척인 곳이라 마을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고, 마을 사람이 아니더라도 굳이 여기서 싸움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선장 키드로부터의 잠깐 동안의 자유 시간이었고, 이를 망칠 생각이 없었던 킬러는 차분히 다가오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확인했다.허나 다가오는 사람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불과 며칠 전에 샤본디 제도에서 봤던 새하얀 단복을 입은 남자였으며, 그 또한 킬러를 보고는 놀라는 눈치였다. 새하얀 단복과 주변의 내리는 눈의 색이 일치해 눈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가 다가오는 것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그 또한 계속해서 걸어왔다. 머지않아 서로 얼굴이 확실하게 분간이 가는 거리가 되었고, 약간은 어렵다는 듯이 표정을 지으며 그는 계속해서 다가왔다. 

 

  지금, 혼자?” 킬러는 의외의 낮은 목소리에 새삼 놀라며 그를 천천히 쳐다보았고, 어찌 보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답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우연인걸. 나도 혼자인데. 당신, 키드 해적단의 부선장, 킬러지? 저번에 샤본디 제도에서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처음에는 그 가면을 안 쓰고 있어서 긴가민가했지만.”

  아아, 가면은 잠시 벗었지. 굳이 쉬면서까지 쓸 필요는 없으니까. 샤본디 제도에서는 선장이 좀 사고를 쳤지.”

  “우리 선장도 말이지. , 이쯤 되면 내 소개는 안 해도 잘 알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하트해적단 소속, 펭귄 아닌가. 너 정도라면 당연히 알지.”

  “이야, 영광인걸.” 펭귄은 짧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왜 혼자 있는 거야? 분명, 선장이랑 같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너야 말로 왜 혼자 있는 거지?”

  “...”

  “아무래도 같은 이유 같군. ...술이나 한 잔 할 텐가?”

  “그러지.” 

 

  펭귄과 킬러는 자연스레 술잔을 부딪쳤다. 막상 술을 같이 먹게 되었지만 특별히 대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들이 가져온 술만 축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킬러가 살며시 입을 열어 그건, 노스블루의 술인 건가. 하고 운을 뗐다. 

 

  노스블루의 술이란 건 어떻게 안 거지?” 

  “너희 해적단, 노스블루 출신들이잖아. 그래서 생각해본 것일 뿐이다.”

  

  펭귄은 킬러의 대답에 만족한다는 듯이 술을 쳐다보며 슬며시 웃고는, 너도 한 잔 해볼 텐가? 하며 권했다. 아까부터 슬며시 보일 듯 말 듯 한 웃음이 예쁘다고 느끼면서 술잔을 내밀었고, 이내 술잔에는 술이 찰랑거리며 가득 찼다. 술을 기점으로 조금씩 대화가 시작되었고, 조금씩 살얼음이 녹듯이 분위기가 녹아나갔다. 

 

  그렇게 한동안 둘은 끊길 듯 말 듯 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술을 마셨고, 하늘에는 어느덧 해가 지고, 별이 하나둘 박히기 시작했다.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몸을 휘감아 코끝이 조금씩 시려졌다. 펭귄은 슬슬 일어서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빈 술병들을 집고 일어났고, 그의 행동을 가만히 쳐다보던 킬러가 입을 뗐다. 

 

  , 더 마시지 않을 텐가.” 고개로 마을방향을 가리키며 킬러가 말했고, 예상치 못한 권유에 살짝 놀라 그를 쳐다보며 펭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의외인걸. 단순한 일회성 만남으로 생각했는데.” 

  “, 단순한 일회성 만남이라도 들어가서 한 잔 더 하자고 말해볼 수는 있지.” 

  “-그런 건가.” 

  “그렇다 하지. 그래서, 한 잔 더 할 텐가?” 

 

  그 사이에 많아진 별들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을 하던 펭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러면 그쪽이 사는 건가? 라고 다시 한 번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킬러는 잠깐의 미소에 만족하며, 귀한 몸이 응해줬는데, 내가 사야지. 라고 말하며 얄궂게 웃었다. 

 

 

 

** 

  가까운 마을로 들어가 술집이 달린 여관을 찾았으며, 구석진 자리를 잡고는 술을 주문했다. 킬러가 술을 주문하면서 주인장에게 조용히 방 하나를 예약했고, 이내 큰 소리로 식사도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곧 소박하지만 잡다한 요리 서너 개와 술이 곁들여 나왔다. 복작복작한 가게 안에서 둘은 조용히 식사를 시작하였으며, 킬러는 다시 펭귄에게 술을 따랐다. 이 술, 조금 도수가 높을지도. 따르면서 나긋이 말하자 펭귄은 조용히 웃으며 술잔을 받았다. , 하루쯤이야- 펭귄이 킬러에게 술을 따랐고, 킬러는 모자 밑으로 보이는 그의 얼굴에서 살짝 비춰지는 웃음에 다시 한 번 미소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술잔을 받았다. 그렇게 둘의 식사가 시작되었고, 어느샌가 그들도 시끄러운 가게에 흡수되어 대화를 주고받았다. 

 

  밖에는 이미 진득이 어두운 밤하늘에 별들이 무수히 박힌 상태였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킬러는 오늘 좀 과하게 마셨나. 라고 생각을 하면서 앞에 앉아있는 펭귄을 쳐다봤다. 펭귄도 취기가 올라왔는지 안색이 약간 불그스름한 상태였고, 킬러는 아까 잡은 방으로 펭귄을 데리고 갔다. 방은 평범했으며,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침대에 다다르자 펭귄은 가만히 침대를 바라보더니 침대가 하나뿐인 건가. 라고 중얼거렸고, 연이어 뭐,상관없나. 라면서 침대에 누웠다. 뒤미처 펭귄은 조용히 잠들었고, 킬러는 방에 들어왔던 모습 그대로 서서 펭귄을 내려다보았다. 상관없다라- 라며 작게 읊조리면서 침대에 사풋 걸터앉아 자고 있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웃는 모습이 예뻤는데. 예쁘다고 말하면 화내겠지.

-오늘은 여러모로 운이 좋은가보군. 

 

  온갖 생각을, 하지만 하나로 모아지는 생각을 하면서 지긋이 그를 바라보았고, 처음으로 뭔가를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가갔다. 모자, 벗기면 화내려나. 모자에서부터 시선을 조금씩 내리면서 입술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웃을 때 예쁜데. 잘 웃질 않는단 말이야.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살며시 쓰다듬다 다가가서 입술을 마주 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떨어지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다시 한 번 그의 입술을 어루만지며 웃고는 나란히 누웠다. 킬러는 조금씩 스며드는 잠기운에 눈을 감으면서 나쁘지 않다가 아니라, 좋다가 옳은 표현이겠군. 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별들은 사라지고 어느덧 햇빛만이 하늘을 가득히 뒤덮고 있었고, 펭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간만에 술을 많이 마셨군. 혼자 중얼거리며 몸을 이리저리 피던 펭귄은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킬러를 보았다. 깨워야 하나. 그를 가만히 지켜보자니 어제 있었던 일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 펭귄은 쓸데없는 얘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조금씩 피어나는 기억 중에 입술이 닿았던 느낌이 들었고, 설마 하는 마음에 킬러를 다시 쳐다봤다. 

 

  “...아니겠지.” 

  “뭐가 아닌데?” 부스스한 상태로 일어난 킬러는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고, 이에 놀라 펭귄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너 어제..”

  “어제?”

  “...”

  “무슨 일이지? 설마 어제 술 먹고 추태를 부렸다거나 그런 걱정이라면 말지. 술 취한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단정했으니까.”

  “...” 

 

  복잡한 표정으로 말없이 킬러를 바라보던 펭귄은 이내 자신의 착각이라고 매듭지으며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킬러는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따라 일어났고, 어느 정도 추스른 후에 방을 나섰다. 

 

  전날 저녁 식사를 하였던 자리에서 다시 아침 식사를 하였고, 아무런 대화 없이 둘은 여관을 나왔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는 듯이 둘은 조용히 걸었고, 이내 어제 만났던 장소로 돌아왔다. 킬러는 아쉽다는 듯이 웃으며 펭귄에게 물었다. 

 

  아까 하려던 말, 뭔지 다시 물어도 될까.”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묻는 그의 눈은 웃고 있었으며, 펭귄은 그의 웃음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굳이 묻지 않아도 답이 나온 거 같아서.” 

  “흐음- 예상외의 반응인 걸.”

  “답은 알겠지만 어떤 반응을 바란 건지 모르겠는데 말이지.”

  “글쎄, 내가 생각하기엔 딱히 네가 정답을 찾은 건지도 모르겠군.”

  “그럼 정확한 답을 위해서 물어보지. 왜 그런 거지?”

  “사실을 말한다면, 용서라도 해줄 건가?” 

 

  펭귄은 그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하다 대답했다. 

 

  다음번에.” 

  “?”

  “다음번에 만나서 들어보고 용서해줄지 결정하지.”

  “...”

  “그러니까, 다음번에 또 만나자고. 킬러.” 

 

  모자 밑으로 희끗희끗 보이는 눈웃음을 지으며 펭귄은 대답함과 잇따라 옷깃을 잡고 짧게 입을 맞췄다.급작스러운 입맞춤에 킬러는 벙 찐 표정으로 펭귄을 보다가 이내 크게 웃으며 새삼 반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 다음번에 다시 만나지.” 

Posted by 류천희
2014. 2. 7. 01:50

*롤롤님 리퀘 내용 : 학창물 키드로우로 둘이 옥상에서 담배 피우면서 땡땡이치다가 선생님이 와서 둘이 숨다가 자연스럽게 붙게 되고 둘이 이걸 계기로 뭔가 감정변화가 생겨서 그 감정을 알아가는 단계달달물




* 

  무덥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쌀쌀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하늘을 보고 있자니 교실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애초에 공부와는 거리가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으며, 학교생활을 중요시 여기지도 않았기에 슬금슬금 피어오르는 본능을 이기지 못 하고 의자를 밀어냈다. 교실을 나가 계단을 밟음과 함께 수업이 시작함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담배의 유무를 확인했다. , 반장한테 양호실 간다고 뻥이라도 치라고 할 걸 그랬나. 라는 쓸모없는 후회를 하면서 휘적휘적 계단을 걸어 올라갔고, 옥상 문 앞에 섰을 즈음에는 계단 저 밑에서 선생님들이 교실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어쩌다보니 시작한 담배였지만 딱히 끊을 생각도 없었기에 꾸준히 피워왔고, 그 결과 오늘도 옥상 문 앞에 섰다. 최근 학교 축제다 뭐다 해서 선생님도 학생들도 바쁘기에 감시하는 사람도 없어 옥상 한 구석은 이미 내 담배구역으로 자리 잡은 터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평소와 달리 인영이 보여 꺼내던 담배를 얼른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고, 한 편으로는 이미 피우러 나온 거 화장실이라도 가야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누군지를 확인하려고 발소리를 죽이며 다가갔다. 그곳에는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고, 또한 익숙한 자세가 보였다. 

 

  , 트라팔가. 네놈은 이미 피고 있었구만.” 

  유스타스여.”

  “너는 공부도 잘 하는 놈이 왜 여기서 이러냐. 가서 수업이나 듣지.”

  “수업 안 들어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니까. 딱히 들을 필요는 없다.”

  “, 그러셔요?” 

 

  일부러 하는듯한 저 소리에 약간 울컥해 비꼬았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기에 포기하고는 바지 주머니에서 은빛의 담배 갑을 꺼냈다. 한 개비를 꺼내고 다른 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라이터를 찾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얼마 들어있지도 않은 지갑뿐이었다. 당혹한 얼굴로 뒷주머니와 교복 상의, 안주머니까지 전부 뒤척였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실밥 몇 개와 먼지들뿐이었고, 라이터라고 추정되는 물체는 어디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찜찜하지만 옆에서 느껴지는 담배냄새에 포기할 수는 없어 트라팔가에게 라이터가 있냐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알싸한 담배연기뿐이었다. 

 

  아니, 네놈이 빨고 남은 담배연기 말고 라이터 말이야, 라이터.” 

  “안타깝게도 네놈에게 줄 라이터는 남아있지 않아서.”

  “어째 아까부터 시비 거는 것 같다?”

  “하하, 혼자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가 싶은데.” 

 

  그는 재미있다는 듯이 혼자 유쾌하게 웃더니 눈앞에 라이터를 흔들면서 말을 이었다. 

 

  이것 보라고. 네놈에게 나눠줄 가스가 하나도 없잖아?” 

 

  그의 손에서 잽싸게 라이터를 낚아채 불을 켜봤지만 소리조차 안 났고, 짜증이 치밀어 올라 라이터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러자 그는 몸을 굽혀 라이터를 줍더니 쓸모없는 라이터를 굳이 주머니 속에 넣었다. 

 

  이런, 학교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배우지 않았나? 

  “보시다시피 이렇게 수업을 안 들어서 말이지. 기억이 안 나는군.”

  “자기 모르는 건 안 배웠다고 떼쓰는 게 참 어린아이 같군 그래, 유스타스여.”

  “어린아이 같아서 미안하다?”

  “사과 받으려고 한 말은 아닌데 말이지. 그리고 이렇게 라이터를 버리면 들키기 쉽다고?”

  “그건 네 사정이고. 나는 아직 안 피웠으니 걸려도 너만 걸리는 거지.”

  “이런 쪽으로는 말을 잘 하는군 그래. 불이야, 아직 붙일 방법은 남아있지.”

  “무슨.” 

 

  그는 쥐고 있던 담배를 내 입으로 갖다 대더니 나한테 다가와 담배를 맞붙였고, 이게 무슨 일인가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 내가 가만히 있자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담배키스 몰라? 라고 물었고, 그제야 깨달아 숨을 들이셨다. 여러 번 숨을 들이셨지만 담배에 불은 붙지 않았고, 기다리다 못해 지친 트라팔가는 잠시 떨어지더니 한숨을 쉬었다. 민망함에 애꿎은 담배만 탓하고 있자 트라팔가가 다시 다가와서는 조금 더 짧아진 담배를 들이대며 그 정도로는 안 돼. 더 깊게 숨을 들이셔. 라고 말했고, 그에 따라 최대한 깊게 숨을 빨아드렸다. 담배에는 불이 옮겨 붙었지만 트라팔가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지라 나는 굳을 수밖에 없었고, 이런 내 상태를 알아챈 것인지 트라팔가는 짧게 웃고는 다시 떨어졌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나란히 담배를 피웠고, 이미 피우고 있던 트라팔가의 담배가 짧아져 끄려고 할 때쯤 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트라팔가도 들었던 것인지 서로 시선을 마주했고, 너나할 것 없이 담배를 밟아 끄고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발소리를 죽이며 옥상 반대편으로 넘어가 좁은 창고 같은 공간으로 달려갔다. 이미 물건들이 가득해서 평소에는 그곳에 들어간다는 상상조차 못했던 공간이었지만, 급할 때는 뭐든 된다고 그곳에 몸을 꾸역꾸역 쑤셔 넣었다. 좁은 공간에 들어가 숨을 고르기도 전에 옥상 문이 열렸고, 신발소리가 또각또각 들렸다. 날카로우면서도 가벼운 소리가 들려 학주가 아닌 여선생임을 확인하고 일차적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귀를 더욱 기울였지만 트라팔가가 계속 꼼지락거려 짜증에 찬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만 움직이라고, 트라팔가!” 

  “하지만 불편하다, 지금 이 자세.”

  “나도 불편해. 조금만 참아.” 

 

  그가 꾸준히 움직이기에 한 쪽 팔로 그를 꽉 안아 그의 움직임을 봉쇄한 다음, 중심을 잡기위해 나머지 팔로 벽을 짚었다. 그는 마치 인터넷 소설의 여주인공마냥 내 가슴에 기대는 어정쩡한 자세가 되었고, 그것이 싫다며 계속 나를 밀어냈다. 걸려도 상관없는 것인지 기껏 좁은 공간에서 같이 몸을 숨기는 상황임에도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겠다며 자존심을 세워 결국 나 또한 어정쩡한 자세가 되면서 양 팔로 그를 있는 힘껏 안았다. 그러자 그가 가슴팍에 얼굴이 파묻혀 말하기 힘들어지자 나를 치기 시작했고, 짜증이 한 방울 두 방울 쌓여가다 결국은 흘러 넘쳐버렸다. 

 

  어이, 트라팔가! 네놈!” 

  “시끄럽고 무거운 네놈 팔이나 풀러, 유스타스여.” 

 

  때마침 여선생의 멀어지는 발걸음소리가 들렸고, 작아지는 발소리와 함께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긴장을 풀었다. 급작스러운 몸의 이완으로 인해 그대로 중심을 못 잡고 넘어졌고, 하필이면 트라팔가 쪽으로 넘어지게 되어 급한 대로 머리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이것은 되려 역효과를 끌고 와버렸다. 부자재들 사이에 파묻히면서 트라팔가와 나는 상당히 미묘한 포지션이 되었고, 지척에서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는 이미 사고가 정지해버린 상태였다. 그도 나와 마찬가지였는지 그저 넘어져서 아팠던 건지는 모르겠다만 그 또한 더 이상의 움직임도 짜증도 없었고, 그렇게 정적의 시간이 흘렀다. 

 

  마치 키스를 할 것 마냥 가까운 거리였던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이놈도 의외로 참 잘생겼단 말이지.부터 온갖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알 수 없게도 이놈이랑은 하면 설꺼같아.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생각을 마치자마자 혼자 당황해 스프링처럼 튕겨 몸을 일으켰고, 트라팔가 녀석을 신경 쓸 틈도 없이 너무 늦은거 같다며 수업 들으러 간다는 둥의 답지 않은 변명을 둘러댄 채 그곳을 빠져나왔다. 결국 트라팔가는 부자재들 속에 파묻히도록 그대로 놔둔 채 화장실로 달려가 얼굴에 찬물을 들이부었다. 

 

-뭐야, 이건. 모르겠어. 설마. 내가? 그 녀석을? 그 녀석은 일단 남자잖아. 그래. 이건 아니지. , 이건 아니야. 

-...그러면 방금 그건? 

 

  결국은 한 가지의 결론에 다다랐고, 담배 키스, 끌어안았던 사실 등의 방금 전까지의 행동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트라팔가가 눈치를 챘을까. 고민은 하면 할수록 복잡해졌고, 엉켜버린 이어폰도 내 머리보다는 풀기 쉬울 거야. 라고 생각했다. 결국은 세면대를 붙잡고 쭈그려 앉아 눈을 질끈 감고 숫자를 천천히 세면서 머리를 비우려고 노력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았고, 열이 식었다고 생각이 될 때 쯤 흘끗 거울을 쳐다봤으나, 이내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었다. 트라팔가 녀석, 확실히 눈치 챘겠지. 

 

  분명 열이 식었다고 생각했는데, 거울 속 내 얼굴은 여전히 내 머리색만큼 빨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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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천희
2014. 2. 7. 01:47

진단메이커 : 트라팔가 로우의 얀데레적 상황은 눈을 마주치며 '다시는 거짓말 못하게 해줄게'라고 말합니다, 결말은 지하실입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조금씩 너에게로 다가갔다. 내가 조금씩 너에게 다가갈 때마다 너는 조금씩 뒷걸음을 쳤다.

왜지? 왜 도망가는 거야. 

 

  “-유스타스여.”

그는 짧게 몸을 털었고, 또다시 도망갈 준비를 했다.

  “도망가지 말라고. 내가 너한테 무슨 나쁜 짓을 한다는 게 아니잖아?”

  “, 지금 네가 해 놓은 이 꼴들을 보고 말해. 트라팔가.”

  그의 말에 응한다는 듯이 잠시 그를 살펴보았다. 아름답기만 했다. 붉고 강한 선혈들이 여기저기 흐르고 있었고,  그 붉은 선혈들을 보자 다시 한 번 척추에 전율이 흘렀다.

  “.”

  “...”

  “하지만 이건, 다 너의 잘못일 뿐이잖아?”

  “..무슨!”

  “나는 너에게 물었지. 그 날 무엇을 했냐고.”

  “...”

  “그리고 너는 답을 했지.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고.”

  “...”

  하지만, 그렇지 않았잖아? 넌 그날, 저 여자랑 같이 길거리를 다니고 있었지.”

  지하실 한 구석에 있는 찌그러진 그 여자를 가리키며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여자를 쳐다보았더니 다시 한 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미 그 여자는, 온 몸이 토막이 나 죽은 상태였다. 하지만 짜증이, 그것을 넘어서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째서야?”

  “...”

  어째서,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지?”

  다시 한 번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결국 벽으로 몰리면서 그와의 거리는 점차적으로 좁혀졌다. 마침내 그의 얼굴에 손이 닿을 정도의 거리가 되었고, 마치 꺼져가는 불씨 같은 그의 눈을 차분히 쳐다봤다.

  걱정 마. 널 죽이지는 않아.”

  “...”

  왜냐면, 저 여자랑 같이 있게 하고 싶지 않거든.” 

 

  그에게 다가가, 그의 뺨을 쓸면서 키스를 했다. 짧은 키스. 하지만 너무나 뜨거워서 내 모든 것이 녹아버릴 것만 같은 키스. 키스를 마침과 동시에 들고 있던 칼을 그의 배에 다시 한차례 쑤셔 박았다. 그리고는 한차례 크게 웃었다.

너는 그저, 나랑 여기서 지내기만 하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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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