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6. 12:34

*린님께 드리는 모두의 마블 연성

*리퀘 내용 : 정신붕괴 되어서 정신 못 차리고 자해하는 로우랑 그걸 바라보는 펭귄

*펭귄로우가 살짝 들어간 샤치가 죽은 설정


  어둠. 눈앞에 또 다시 캄캄한 어둠이 펼쳐졌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 보이는 어둠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오직 나 혼자서 어둠 속을 끊임없이 걷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 같았으며, 나는 뫼비우스의 띠 위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하나의 부질없는 것에 불과했다.

  다시 밝아졌다. 이번에는 끝없이 펼쳐진 하얀 방이었다. 너무나 새하얘서 자신과는 너무 다른 이질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또다시 끊임없이 걸었다.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펭귄, 샤치, 베포, 그리고 다른 동료들이 손을 흔들면서 서있었다.

-선장! 어서 와요!

-캡틴!

  여기저기서 나를 불렀고, 나 또한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거기에 응했다.

-아아, 곧 가도록 하지.

  한 발자국씩 내딛을 때마다, 동료들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 무슨 일인거지? 애써 불안감을 감추며 자세를 고치는 순간, 손에 검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어있는 손을 보고 다시 앞을 보는 순간, 또다시 어둠이 들이닥쳤다. 그 어둠은 동료들을 위협했고, 동료들은 어둠을 피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어둠이라는 공포 하에 그 자리에 얼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샤치가 어둠에 잡아먹혔다.

-샤치...!!

 

  눈을 떴다. 꿈이었다. 그래, 꿈이었어. 그건 꿈인거야. 애써 심장 부근을 손가락 끝으로 짓누르며 호흡을 고르는 와중에 펭귄이 나를 급하게 불렀다.

  “...장. ...선장, 선장!”

  “-아아, 펭귄인가.”

  “선장, 괜찮으신 건가요? 무슨 땀을 이렇게….”

  “아니, 괜찮다. 펭귄, 그보다 샤치는? 어디 있지?”

  “...”

  “펭귄, 샤치는?”

  “선장.”

  “펭귄, 샤치 좀 불러와.”

  “선장!”

  혼란스럽다. 펭귄이 저 정도로 큰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었던가. 펭귄이 화낼만한 이유를 조용히 곱씹어 본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특별한 사건이라고는 없었다.

  “펭귄.”

  “선장, 제발 부탁이에요. 돌아와 줘요.”

  나는 여기 있는데, 펭귄 네 곁에 있는데 너는 왜 자꾸 돌아오라 하는 것일까. 가슴 부근을 누르고 있던 오른손을 펭귄 쪽으로 내밀었다. 손을 뻗자, 초점이 펭귄의 얼굴에서 오른팔로 옮겨졌다. 꿈속에서 봤던 색인, 너무나 새하얀 붕대가 손바닥부터 어깻죽지까지 감겨있었다.

-어째서..?

  펭귄에게 손을 뻗다 말고 조용히 내 오른팔을 쳐다보고 있자니, 펭귄이 지그시 내 오른손을 잡아왔다. 통증이 아릿하게 느껴졌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펭귄을 쳐다보고 있자니, 그제야 말문을 열었다.

  “선장.”

  “...”

  “샤치는, 저번 전투에서 죽었어요.”

  “-펭귄, 그런 농담은 하지 말도록.”

  “선장, 현실을 직시하세요. 제발!”

-모르겠다. 지금 펭귄이 무슨 말을 하는거지? 죽었다고? 누가?

  머리가 아파왔다. 펭귄이 하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샤치가 죽었다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꿈속에서 느꼈던 공포감이 다시 발끝부터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펭귄을 부여잡았다. 제발 아니라고, 아니라고 말해줘. 아까 그건, 그저 꿈이었다고 말해줘. 펭귄은 그저 나를 끌어안기만 했다. 다시 한 번 느끼는 어둠이라는 공포감에 떨리는 손으로 펭귄을 붙잡았다. 펭귄의 품에 안기며 눈을 감았다. 펭귄 또한 떨고 있는 듯 했다.

Posted by 류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