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방 안의 새장 속에 가쳤던 나날들이 지나갔다. 완벽한 자유라고는 말 할 수 없겠지만 어느정도 그에게서 벗어났고, 나와 함께 할 동료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그동안의 억압 속에서 생겨났던 끝없는 공포는 매일밤 나를 괴롭혔고, 그것은 그를 동료로 들이고고 나서야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와의 첫 만남이 그리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무표정이라기보다는 표정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그를 대하기는 꽤 어려웠었다. 하지만 그는 미묘하게도 나와 맞는 부분이 있었고 나는 그것에 끌렸었다.
예고없이 떨어지는 유성우를 보는것마냥 우연히 그를 만났고, 서로의 이름도 묻치않은채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름도 모르는 상태로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와 자연스레 동행하게 되었고, 섬을 떠나기 전에 그에게 물었다. -너, 내 동료가 되지 않겠나.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내 배에 올라탔다. 그 당시 그리 많은 돈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지금과 같은 잠수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생활이 가능한 배였고 그는 그 사실에 만족하는것으로 보였다.
그와 한 배에 타게 된 며칠 후에야 그의 이름을 물어봤고, 그는 자신에게 이름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에게 출신지는 어디냐고 물었더니, 우연인건지 필연인건지 나와 같은 노스블루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 이외에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몰랐으며, 내가 묻는 말에는 모든 답이 '모른다'일 뿐이었다. 그렇게 며칠동안 조용한 항해가 이루어졌고, 다음 섬에 도착하게 되었다. 항해에는 순풍이 부는것이었는지, 다음 섬에서는 동료인 샤치를 만났었다. 그 당시 샤치는 많은 것에 불만을 가진것마냥 짜증에 휩싸여있어서 다가가기 어려웠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반대되는 그와는 잘 맞는다고 생각하였고 그렇게 동료가 늘었다. 동료가 된 후에 샤치는 그의 이름이 없다는 것에 상당히 놀란 눈치였고, 그럼 자신과 같이 동물이름은 어떻냐며 짖궂게 웃었다.
반농담으로 던진 샤치의 말에 그는 한참을 생각하는듯 싶더니 하는 말이 "좋네, 그거."였다. 순간 당황했던 나와 샤치는 한바탕 크게 웃어버렸고, 이내 그의 이름을 고르기 시작했다. 옷갖 동물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는 마음에 안 든다며 인상을 썼다. 그러다가 샤치가 '선장은 헤엄을 못 치니 바다 속에선 내 이름답게 내가 구하겠어! 그러니 너는 지상에서 선장을 구해라!' 라면서 '펭귄' 을 권유했고, 그는 지상에서는 굳이 구할 필요가 없잖아- 라면서도 은근히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그의 이름이 펭귄으로 정해져버렸다. 샤치와 펭귄은 서로 다른 이유로 그 이름을 만족해하는듯 싶어서 나도 모르게 그 이름에 만족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