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6. 12:35

보내는 이 : 펭귄

받는 이 : 선장

 

 

선장께 보내는 편지

 

 

  선장, 오늘도 선장께 편지를 보내봅니다. 물론 선장은 이 편지를 보실 일이 없을 테지만 저는 오늘도 편지를 씁니다. 선장이랑 헤어진지도 2달이 되어가네요. 이제는 벌써 두 달인지 겨우 두 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하루하루가 흘러갈 뿐이네요.

  선장, 오늘은 선장의 명령에 따라 다른 섬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잠수함의 기능을 살려 깊은 해저를 통해서 이동하고 있어요. 선장은 종종 잠수함의 기능을 싹 무시한 채 해수면 위로 이동하게끔 했잖아요. 그 때마다 저희들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아세요? 하하. 하지만 선장의 희망사항이니 저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선장의 말을 따랐죠. 요즘은 그저 해저로만 다니니까 그런 선장의 명령조차 너무 그리워요.

  선장, 해저로 다니다 보니까 선장이 더욱 생각이 나요. 심해의 그 짙은 푸른색이, 거의 암흑에 가까운 그 푸른색이 참 선장의 머리색을 닮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선장은 참 바다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도 마치 깊숙한 해저의 색이요. 여러모로 선장의 성격과도 닮은 것 같고요.

  선장, 요즘은 계속 해저를 통해 이동하다보니 이제 시간 개념이 없어지는 것만 같아요. 바깥은 너무나도 어두워서, 시계를 보지 않으면 시간을 확인할 방도가 없다니까요. 사실 시간을 굳이 신경 쓰지는 않는데, 선장과 헤어지게 된지 며칠이 지났을지 모르게 되는 건 무서워요. 가끔 이러다가 영영 선장을 못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무섭기도 하지만, 선장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면 선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어요.

  선장, 선장은 잘 지내고 계시는 건가요. 선장에게 연락을 먼저 하고 싶지만, 그랬다가 괜히 선장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봐 연락을 하지는 않고 있어요. 선장, 선장이 뜻했던 것을 꼭 이루기를 바랄게요. 저희는 언제나 선장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아-, 샤치가 밖에서 부르네요.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선장, 그러면 오늘 편지는 여기까지 쓸게요. 오늘도 계획하셨던 바를 이루시길 바라요.

 

Posted by 류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