流天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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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사보

만남을 위한 헤어짐

* 에이스 사건 이후 사보가 혁명군 배를 떠나기 전의 상황

* 이미 드래곤과 사보는 어느정도 관계가 있었음

“드래곤씨, 뭐하세요?”

가벼운 노크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사보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생겨난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들어가도 돼요?”

드래곤은 잠시 사보를 쳐다보곤 읽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사보는 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드래곤은 침대를 향해 의자를 돌려 앉고는 사보를 쳐다봤다. 늦은 시각에 사보가 찾아오는 일은 자주는 아닐지라도 종종 있는 경우였기에 드래곤은 익숙하다는 듯 사보와 시선을 맞추었다. 또한 항상 그래왔듯이 사보가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드래곤은 기다려주었다.

“벌써 내일이네요.”

“그렇군.”

“갑자기 이렇게 가겠다고 했는데, 허락해주셔서 감사해요.”

드래곤은 특별한 대답은 없었지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일정이 이렇게 바뀌리라고는 드래곤은 물론 사보 당사자까지도 생각지 못했었다. 그전까지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몰랐던 상태였던 사보가 에이스의 사건을 접한 후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가면 알아봐줄까요? 그동안의 내 상황을 늘어놓는 건 그저 변명거리 같아요.”

“...”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평소 혁명군 2인자로서 즉흥적이고 시퍼렇다고 생각이 들었던 사보지만 루피에 관해서는 걱정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그렇게 당당하던 녀석이 걱정이라니.

“사보.”

“네?”

“네가 그 녀석을 대면한다면 어떨 것 같으냐.”

“믿기지 않을 거 같아요.”

“그리고?”

“기쁘겠죠. 아무래도 지금 생각하는 이 감정보다도 더 복잡하겠지만, 어쨌든 행복할 거 같아요.”

“루피도 그럴 거다.”

“그렇지만….”

“분명 네가 너희는 형제라고 하지 않았나? 같이 자라왔으니 더욱이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겠지.”

형제. 그 단어 하나에 사보가 씩 웃자 드래곤도 가볍게 웃었다.

“루피 녀석도 내 아들이지만 나보다는 같이 지냈던 네가 더 잘 알거라 생각한다.”

“고마워요, 드래곤씨.”

“걱정 다 해소됐으면 이제 가서 자도록. 내일 일찍 떠난다 하지 않았나?”

“으음, 물론 큰 걱정은 풀렸는데, 아직 작은 걱정은 하나 남아 있어서요.”

살짝 시선을 굴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드래곤 곁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저 내일 떠나요.”

“그래.”

“언제 임무를 다 끝내고 올지 모른다고요.”

“항상 그래왔지 않은가.”

“아, 진짜 이러실 거예요?”

흘긋대자 드래곤이 낮은 웃음소리를 냈고 큰 손을 사보의 뺨에 가져다 댔다. 거친 손의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며 슬며시 눈을 감자 이내 손처럼 거친 입술이 닿았다. 벌어진 틈으로 혀가 들어와 누르듯 당기듯 움직이자 사보는 이에 서투르지만 움직임에 응했다. 한참을 붙어있던 입술이 떨어지고 사보를 쳐다보고는 살짝 웃으며 찌푸린 미간을 눌렀다.

“너무 필사적인 거 아니냐?”

“아니, 그건…!”

무언가를 말하려다 말고 입을 꾹 다물자 드래곤은 낮은 웃음소리를 냈고 사보는 끙, 하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처음 방에 들어올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투덜댔고 드래곤은 가볍게 등을 쓸어주었다.

“이제 가서 자라.”

“드래곤씨.”

“나머지는 다녀오면.”

“아, 드래곤씨, 정말이지. 임무 확실하게 하고 올게요.”

“기대하지.”

조심히 다녀오라는 말은 하지 않지만 사보는 그에 대해 특별히 말을 꺼내지 않는다. 몸을 일으키고 드래곤을 마주보며 웃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드래곤씨.”

*학타르님 리퀘 : 킬러펭귄 화상.

여름에 펭귄이 로우랑 해수욕장에서 놀러 갔다 온 다음날, 피부가 빨갛게 익어서 킬러가 펭귄의 손에 안 닿는 곳인 목덜미와 등, 어깨에 화상 약 발라주는 내용. 

“어디서 이렇게 태우고 온 거야?” 

“선배랑 해수욕장 갔다 왔지.”

“아, 그 선배….” 

킬러는 말끝을 흐리며 서랍 속에서 불투명한 하얀색 약병을 꺼냈다. 펭귄은 커다란 베개를 꼭 끌어안고 엎드린 채로 그의 말끝이 흐려짐을 눈치 채지 못하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확실히 피서기간에 해수욕장을 가야 여자들이 많다니까? 요즘은 여자들이 더 적극적이야. 헌팅도 얼마나 많이 들어왔었는데!” 

킬러는 꺼낸 약병의 라벨을 확인하고서 침대 끄트머리 쪽에 걸터앉았다. 킬러가 꺼낸 약병은 냉찜질 효과! 라고 크게 적혀있는 화상 연고였다. 

엎드려있는 펭귄은 반나체였다. 아무런 상의도 걸치지 않았다. 하지만 몸은 평소와 달랐다. 평소의 매끄러운 피부가 아닌 곳곳이 발갛게 부어오른 상태였다. 해수욕장에서 선크림 하나 바르지 않고 놀고 난 흔적이었다. 킬러는 펭귄의 불긋한 등을 보고 한숨을 짧게 내뱉었다. 의사 될 놈이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관리도 안 하고. 킬러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파란 약 뚜껑을 열어 손에다 덜어내고 펭귄의 목부터 조금씩 바르기 시작했다. 펭귄은 트라팔가 로우에 대한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마치 중세 유럽의 괴물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했다는 기사의 스토리처럼 신나게 이야기했고, 킬러는 그래. 응. 만을 반복하며 그의 말에 단조로운 맞장구쳐주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그의 대답도 하나의 주제에서 바뀌었다.

“선배는 진짜 인기가 장난 아니었다니까.” 

“너는?”

“나? 나 뭐?”

“너는 얼마나 헌팅 당했는데?”

“나는- 아마 세 번이었나? 그런데 선배는 진짜 열 번은 헌팅 당한 거 같더라니까!” 

순간적으로 킬러의 손에는 힘이 들어갔고 입을 다급하게 열었다. 

“그래서 설마 다 수락한 거야?”

“설마. 선배가 죄다 뿌리쳤잖아. 그래서 그냥 우리끼리 조개 구워먹고 그랬지.” 

속으로 조용히 안도하며 다시 허리 부근부터 위로 천천히 약을 발랐고, 손은 곧 어깻죽지에서 머물렀다.

“그럼.. 가서 다른 일은 없었어?” 

“딱히? 아. 확실히 선배는 남자한테도 인기가 많은 거 같아. 짜증났어.”

“흐음.” 

진득한 연고를 다시 한 번 덜어내 문지르자 차갑게 다가오는 느낌에 펭귄은 몸을 움츠렸다. 킬러는 고개를 숙이고는 한숨을 쉬고는 계속해서 가볍게 누르듯 약을 발랐고, 펭귄은 말을 잇지 못 하고 몸을 살짝 떨었다. 가만히 약을 바르던 킬러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펭귄, 너한테는 집적거리는 놈 없었어?” 

“나한테?” 

펭귄은 잠시 생각하는 듯싶더니 살짝 웃으며 왜? 라고 물었다. 

“왜라니, 펭귄 너-” 

펭귄은 킬러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흐응, 하고 낮게 웃었고 킬러는 그때서야 오히려 역으로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킬러는 약간은 분한 기분이 들어 약을 발라주던 손을 멈추고는 가만히 펭귄을 주시했고, 펭귄은 끌어안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소리 없이 웃었다. 그의 웃음은 몸의 떨림으로 전해졌고, 킬러는 이에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아무것도. 약이나 바르자.” 

킬러는 다시 손을 꾸준히 움직였지만 아까에 비해 다소 손길이 거칠었다. 펭귄은 살살하라고 말했지만 킬러는 알겠다고 말하고는 여전히 약을 바르는 듯한 부드러운 손길을 보이진 않았고 펭귄은 파묻은 베개를 세게 쥐었다. 등에 비해 상처 하나 없는 손에서 핏줄이 솟아났고 잇새로 미약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눈을 가늘게 뜨고는 올려다봤지만 킬러는 여전히 연고를 상처에 눌러 바를 뿐이었다. 곧은 펭귄의 눈썹은 연신 움찔대며 찌그러졌다. 

펭귄은 한참을 흘겨보다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진 베게시트를 놓고 손을 뻗어 킬러의 허벅지로 향했다. 킬러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고는 가만히 손가락 끝을 쳐다봤고 펭귄의 가는 손가락들은 곧 허벅지 안쪽으로 타고 넘어갔다. 고개를 들어 그제야 킬러를 마주보고는 눈꼬리를 접어 올렸고, 바로 옆에서 귀에다 속삭이듯 입술을 움직였다. 

질투했어? 

펭귄은 곧바로 뻗었던 손을 베개로 옮겼다. 하지만 옮기려던 손은 킬러에게 붙잡혔고 킬러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펭귄만 가만히 응시했다. 응. 질투해. 라는 두 마디는 입 안을 간질일 뿐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저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킬러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고 한 마디는 너 지금 엄청 야해. 였다. 슬쩍 손을 내빼려 했지만 킬러는 더욱 세게 펭귄의 손을 그러잡았고, 펭귄의 입술은 비뚤은 호를 그렸다. 펭귄은 잡힌 손으로 되려 킬러의 손을 잡아당겨 입술로 짓누르다시피 맞추고는 얼른 손을 빼냈다. 

“약이나 마저 발라줘.” 

“이미 한참 전에 다 발랐어. 화상 밴드 같은 건 집에 없으니까 이따 옷 입어.” 

킬러가 약병의 뚜껑을 찾아 닫고 정리하는 내내 가만히 누워있던 펭귄은 킬러를 불렀다. 킬러는 또 뭔데. 라면서도 바로 다가왔고, 펭귄이 손을 뻗어 다시 킬러의 손을 잡았다. 

“물론 네가 질투하는 것도 좋지만,” 

“좋지만?”

“뭐, 질투하지 말라고. 그 누구와도 아무 접촉 없었어.” 

다시 한 번 눈꼬리를 접어 올리며 웃었고 킬러는 역시 야해. 라고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질투를 어디 하루 이틀 했나. 이제 와서 새삼.” 

말을 마치자마자 킬러는 입술을 포갰고 열린 틈을 비집고 혀를 집어넣었다. 펭귄은 킬러의 목에 팔을 감고는 이에 응했고 서로의 혀는 얽혀서 타액이 섞였다. 한참을 주고받던 혀는 호흡이 힘들어질 때에야 떨어졌지만 입술은 다시 한 번 가볍게 부딪혔다 떨어졌다. 킬러가 다시 다가오자 펭귄이 킬러의 입술에 손을 가져다대며 말했다. 

“나 지금 제대로 눕지도 못 하는 거 알지? 당분간은 키스까지 만이야.”